
02 · 이야기
마을마다 한 권의
기록이 남는다.
무림록의 이야기는 마을 하나를 한 권의 기록으로 엮습니다. 바람이 머무는 청풍촌에서 시작된 첫 기록은, 산 너머 밥 짓는 연기를 따라 취연진으로 이어집니다.
에피소드 0 · 청풍촌 이야기
청풍록 淸風錄
바람이 머무는 마을, 지워진 이름
대숲을 스친 바람이 머물다 가는 마을, 청풍촌. 뒷산에 모로 누운 수레에는 칼자국 하나 없이 차축만 갈라져 있었고, 사라진 약재 자루 대신 물가에는 검은 가루가 내려앉았습니다. 사람들은 산적을 탓하고 독사곡의 독을 탓했습니다. 쉬운 대답이었습니다.
막힌 배수구와 늑대가 지키던 빈 길, 불탄 시늉만 한 장부의 여백을 따라가면 열일곱 해 전 무너진 광산에 닿습니다. 그날 이후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이름들. 누가 그 이름을 지웠고, 마을은 그 이름을 다시 부를 수 있을까요.
에피소드 1 · 취연진 이야기 개막
취연록 炊煙錄
산 너머, 밥 짓는 연기를 지키는 마을
청풍촌 객잔의 장부에는 덮지 않은 마지막 한 장이 남아 있습니다. 지도 곁에 붙은 낡은 운송표, 그 도착지 칸은 누군가 찢어 버렸습니다.
고개를 넘으면 계단밭 위로 크고 작은 굴뚝의 연기가 오릅니다. 피란민과 상인이 함께 일군 국경 마을 취연진(炊煙鎭). 한 영웅이 지어 준 이름이 아니라, 밥 짓는 연기를 함께 지키자던 여러 집의 약속이 그대로 마을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집이 함께 맡긴 구휼 곡식은 어디로 갔을까요. 무덤을 지키는 고묘 유적과 실을 잣는 독모굴을 지나 검은 연꽃 깃발이 나부끼는 전초기지에 이르면, 밥 한 그릇에 얽힌 오래된 셈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불과 얼음이 맞닿은 고원 끝까지, 찢긴 이름 칸을 채우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두 마을의 장부가 다시 맞춰지는 날, 당신이 적은 한 줄도 강호의 기록이 됩니다.









